비쌉니다. 이사를 참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비싼 이사는 처음이었습니다. 결혼생활 20년이 되어가다보니 짐도 많고, 더욱이 잔 짐이 많아진 까닭에 이사할때마다 걱정이 앞서곤 했습니다. 내 머리속에 정돈되지 않는 이 수 많은 짐을 다른 집으로 옮겨 재배치하고 재정리한다는게 젊은 시절과 달리 엄두가 나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가장 잘한다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고 가장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던듯합니다. 하지만, 계약후 "과연 내가 기대하는 것만큼 잘 할까?", "지불한 만큼의 만족감을 느낄까?" 의문이었습니다. 괜히 훨씬 싸게 할 수도 있었는데 후회하는 건 아닐까는 생각 많았습니다. 이사전 삼개월의 기간이 있었기에 많은 업체를 알아보고, 추천 받고, 지인의 소개도 받고.... 계약은 했지만, 이전의 경험으로 많은 실망을 했었기에 고달픔과 실망감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사실, 이사라는게 지불한 돈 보다는 워낙 힘든 일이다보니 정서적 공감대만 생겨도 만족감이 생기는데, 이제껏 이사하면서 그런걸 기대하기란 어려웠습니다. 처음 설명과는 달리 당일 겪어보면 그 무성의함과 불성실함에 처음엔 화가 나더라도 결국엔 포기하는 마음으로 이사를 마친게 대부분이었지요. 내 짐이니 그 사람들이 내 마음같이 정리할 수 없고, 어떤 물건이 어디에 놓였으면 좋을지 그 사람들이 알 리가 만무한게 당연하지요. 그저 짐을 옮겨주고 제가 놓으라는 자리에 놓거나, 알려주지 않으면 그 공간 어딘가에 놓아 두는게 이사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줄 띄운건, 서론이 길었던듯 하여.... 이번 이사는 달랐습니다. 물론, 잔 짐이 많아 생애 최고의 금액을 지불하고 과감히 선택하긴 햇으나 속으로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청소업체 안 부를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지출은 비슷하니... 그 정도 기대였습니다. 만약 그도 못하면 그 돈도 지불치 않을 생각도 있었습니다.
오늘 이사를 했습니다. 하루종일 이어진 이사의 일정은 해가 뉘엇뉘엇 져서야 끝났고, 저는 흔쾌히 계약된 금액이 담긴 봉투를 부끄럽게 건네고 있었습니다. 물건들은 내가 원하는 자리에 모두 배치되어 있었고, 시작전 청소뿐아니라 마무리 청소까지 잘 마쳤습니다. 이정도면 되었다 싶어 돈을 드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건 그 다음부터입니다. 애시당초 이런글을 쓸 생각도 없었고, 제가 지불한 대가로 받은 서비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사팀분들 모두가 돌아가신 후, 그제서야 저희는 휴식후 집안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사할때의 친절함, 미소, 배려등은 좀 잘하는 분들은 어느정도까지는 하시는것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친절하셨고,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될만큼 철저히 하셨고, 제가 원하는대로 해 주셨고, 사전 사후 청소며 가구 가전제품 청소도 모두 해 주셨지요. 그것만도 충분히 만족감을 주었던게 사실입니다. 그 고된일과 짜증스런 작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잔 요구를 무시하지 않고 모두 고객의 입장에서 들어주는 게 쉬운건 아니니까요. 그런 경우도 겪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저 비싼 금액을 지불했으니 주어진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발장은 가지런히 예의바르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충분히 어려울게 없는 일이라 그럴수 있다 생각햇습니다.(실은 저는 처음 본 제 마음처럼 정리된 모습이었습니다.) 큰 가구들은 모두 제 위치에 제대로 배치되었고, 가장 걱정이었던 조립식 책장도 똑같은 모양으로 제가 원한 위치에 꼼꼼히 배치되었을 뿐 아니라, 얘기하면서도 별 기대하지 않았던 몇가지 변경사항을 그대로 반영하여 제가 생각했던 모양 그대로 놓여졌습니다. 제 잔소리 한마디, 의견충돌, 변경 하나 없이... (저희 책장은 sofsys인데 꽤 큽니다. 게다가 분해 조립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리고 원리를 이해 못하면 분해 조립하기도 힘듭니다.)전 속으로 조금 놀랐습니다. 그 외 책장에 꽂혀 있던 책과 물건들은 그 전 집에서와 똑같이 한치의 변화도 없어 이건 그대로 옮긴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액자며 작은 악세사리까지 똑같이 배치된 걸 보고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다음은 옷장입니다. 장롱을 열어보고 또한번 놀랐지요. 저희가 정리한 것보다 더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실로 손 댈데가 없더군요. 심지어 우리가 몰랐던 배열이나 수납의 지혜가 새로운 지식을 주었습니다.
옮겨진 기존 가구외에, 이사전 새로산 조립식 가구도 당연하단듯이 조립 설치해주셨고, 배치할때 없는 물건은 분해해서 따로 수납도 해 주셨습니다.(이럴수가..)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기분좋았던 것.... 저희 부부도 몰랐던 신혼여행사진(신혼 살림때 침대위에 걸어두었던, 하지만 애들이 크면서 어딘가로 숨겨져버린)을 안방 침대위에 걸어두시곤 "너무 잘 나왔다"며 넉살좋게, 기분좋게 20년된 부부에게 새로운 감성을 심어 주시더군요.첫애 낳고는 못보았던 그 사진. 그 뿐 아니라 구석구석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루어진 일들, 저와 꼭같은 마음으로 이루어진 일들 식탁위 오두막 휴지걸이(못박음), 침대옆 장식품 진열과 손 댈 필요 없는 전기 연결, 어지러운 오디오비디오 연결 선 자락들의 연결과 정리 등등....감성적인 감동이 더 깊었습니다.
마지막 커튼 걸이...저희집 커튼이 쉽지 않아 직접 하지 않은 경우는 처음인듯 합니다. 집 방마다의 커튼을 몇번이고 마음에 들때까지 고쳐달아주시던 모습(물론 짜증스런 표정한번 없이).
언급하지 못한 것들, 지금부터 보이는 것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제가 지불한 "돈"이라 표현된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돈"과 상관없이 "마음"으로 해 주신 이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감사했고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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